[가정위탁제도] 친권자 권한에 브레이크를 걸어라
현장에서 사례관리를 하다 보면 친권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런 일들은 가정위탁제도 안에서도 발생한다. 가정위탁은 친가정에서 양육할 수 없을 때 위탁부모가 일정기간 친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양육하는 제도이다. 여기에는 친부모의 어떠한 사정, 예를 들면 이혼 등으로 아이가 친조부모나 외조부모, 보모의 형제들에 의해 양육되는 친인척 위탁과 서로 모르는 일반가정에서 양육하는 일반가정위탁이 있다.
친권자의 권한 행사할 수 없는 위탁부모
부모 사망의 경우 친권자의 권한이 후견인 선임으로 그 공백을 보완하지만 친권자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사례로 친권자가 연락이 두절돼 오랫동안 연락이 안되는 상황에서 아동의 여권을 만들지 못해 번거로운 행정절차를 거쳤는데 친권자를 경찰서에 신고해 행방불명으로 처리하고 여권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연권도 한시적인 여권이라 다음에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불리함이 있었다. 위탁부모는 후견인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법적, 행정적 권한이 없는 것이다. 아이의 여권, 휴대전화, 통장 개설 등에 있어 제도적인 보완 없이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잔인한 친권상실방법
친권을 상실할 수 있는 당사자는 아동, 아동의 친족,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다. 여기서 아주 어려운 부분이 있다. 친권상실의 주체가 바로 아동이라는 것이다. 보통 아동은 친권상실이 있는지도 모른다. 부모가 자녀에게 친권상실을 청구하거나 친족이 친권상실에 적극적이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아동이 해야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은 아동이 학대 피해자일 경우만 개입을 하기에 결과적으로 '아동'이 직접 친부모를 상대로 청구해야 한다. 애착관계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 끈끈한 친권을 끊을 아동이 누가 있겠는가? 이는 마치 칼로 내 손가락을 잘라 내라는 잔인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친권자의 권한에 태클을 걸어야
상담현장에서 가장 많이 싸우는 경우는 양육비 문제다. 친권행사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아동 앞으로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나 지원금은 쏙쏙 빼먹는다. 특히 은행과 관련해서는 친권자의 권한이 높다. 아동의 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친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례는 후원금이 지급되는 아동이 통장을 해약하거나 다른 통장을 만들어 후원금을 빼가는 사례도 있다. 최근 한 중학생이 양육비 문제로 친권자에 소송을 건 사건이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베드 파더스 사이트를 개설해 친권자의 의무를 행사하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 경고를 주는 일련의 사태들에서 친권자의 권한이 마치 천부인권처럼 높다는 것이다. 진정한 천부인권은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태어나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도 충족해주지 못하는 무지한 친권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성년후견제도처럼 위탁부모나 후견인이게 친권자에 제한을 주지 않으면서 그 권한을 한시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그와 비슷한 미성년 후견인 제도를 두자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가장 부합하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친권자가 양육에 대한 의무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소득에서 원천징수와 해외 이동금지명령 등 강력하게 처벌한다.
미성년 후견인 제도는 아동이 누려야 할 권리를 적절하게 누리는 도구일뿐 목적을 될 수 없다. 나는 아동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양육비를 국가가 책정하고, 친권자가 지급할 수 없을 경우 국가가 대신 비용을 납부하고, 친권자에게 청구하는 친권자 양육비 지급의무제도를 공고히 했으면 한다. 또한, 아동이 성인이 돼 법적 권한을 가질 경우 친권자의 양육비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소송,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친권상실 청구가 부모를 배신하는 것이라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다. 천륜의 가치에 먹칠하는 것이라며 이런 의견에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천륜과 부모의 정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내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나는 부모의 소유물인 것인가? 부모라서 나에게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친권에 대한 우리나라의 담론을 건드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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