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는 왜 우리 삶의 혁명일까?
동아일보에서 11년간 기자로 일했으며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장강명 작가는 뛰어난 필력으로 여러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을 해갈하려다 장강명 작가가 쓴 '책 한번 써봅시다'(한겨레출판)는 나의 잠재력을 깨우는데 좋은 양서가 됐다. 그는 첫 장에서 책 쓰기는 혁명이라고 시작하면서 나의 가슴에 불을 집힌다.
히키타 사토시의 <즐거운 자전거 생활>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저자는 자전거 전문가도 아니고, 레이서도 아니지만 자전거의 즐거움만큼은 타인을 뛰어넘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바라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감동과 즐거움을 전달하고, 그것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이로운지를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 브레이크는 어떻게 다른지 등 초심자에게 유용한 정보들도 가득하다. 장강명 작가가 무엇보다 이 책에 반한 것은 다름 아닌 '비전'이다. 21세기를 살아갈 희망은 자전거에 있다는 히키타의 비전은 환경을 살리고,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자전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컴퍼스의 꼭짓점으로 두고 원을 그리며 사람들이 자전거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는데 있다. 발명된 지 200년도 넘은 자전거가 세상의 중심이라니... 황당하지 않은가? 장강명 작가는 이런 작가의 비전에 울컥했다고 고백한다. 편집자는 히키타에게 "자전거는 혁명이다. 당신은 이 혁명을 이끌 책을 꼭 써야 한다"라고 말했단다.
장 작가는 히키타의 책을 통해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상상했다. 세상은 인간이 덜 움직이게 만들고, 감각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배부른 돼지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세상에 문해력 따위는 필요 없다. 즉각적인 즐거움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는 사회다. 심지어 카드 뉴스와 AI가 요약해준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이 마저도 버겁다. 유튜브 시대가 도래하면서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가 왔다. 이런 시대의 특징은 음모론과 가짜 뉴스로 편향된 지식과 정보에 노출된 사람들이 양극단에서 첨예한 대립 끝에 전쟁도 불사하게 된다. 장 작가의 말처럼 지식의 구조와 맥락을 갖춘 사람들이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 작가는 저자가 더 많아 져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김민섭 작가의 <대리 사회>, 허혁 작가의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장신모 작가의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한다. 대리기사, 버스기사, 경찰관이 쓴 책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과 고통에 대해 진솔하게 쓴 에세이를 통해 그들의 삶의 경험과 삶을 둘러싼 고민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사유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책'만큼 좋은 의사소통 도구는 없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한 권 이상의 책을 출간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나 된다고 한다. 32만 명이 되는 이 국가에서는 TV보다 책에서 정보를 얻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도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헛된 꿈이 아니라고 반문한다. 장 작가가 나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내가 저자로서 일류 레이서는 아니다. 그래도 넘어지지 않고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정도다. 자전거를 타는 일은 정말 재미있다. 그러나 당신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책 쓰기는 나도 그렇고, 당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