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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하기

내 감정을 적절한 어휘로 표현하는 일

by 강점멘토레오 2020. 10. 25.

감정에 사로 잡힌다면 당신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니 오히려 잘 됐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펜을 들어 글을 써라. ⓒpexels

간혹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처지나 어려운 점을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 이때의 대처방법은 글을 써오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고요한 가운데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응어리진 그 무언가를 낚기 위해 글이라는 힘을 빌리게 하는 원리다. 실제적으로도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글로 써서 핵심감정을 정의할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훨씬 건설적인 일이다. 만약 당신에게도 말 못 할 슬픈 감정들과 상처가 있다면 글로 써보라. 당신이 아는 세상의 모든 어휘력을 동원해 포위망을 점점 좁혀 가다 보면 그것의 본질이 손에 잡힌다. 그렇게 언어로써 포획한 상처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나를 괴롭히는 원형의 감정 찾기

상담사례 중 어릴 적부터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살아가는 A가 있었다. 중학생이 됐을 때 대리 양육자가 나눈 이야기가 아직도 자신을 괴롭힌다고 했다.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고 한 엄마가 사실은 A가 태어나자마자 버리고 도망간 것이다. 그는 그 배신감에 분노하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매사에 늘 신경질적이었고, 우울감으로 대인관계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5년간을 원망으로 살아오면서 정체성을 상실할 정도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나를 만났다. 

 

A의 마음은 수학 문제처럼 풀기 어려웠다. 상담을 진행할수록 지난 수년간의 세월 겪어 왔던 해묵은 감정들이 폭발했다. 그래서 제시한 과제가 글쓰기였다. 그 감정을 회피하지 말고, 더욱 깊게 파고들라고 요청했다. 총 10회기의 상담을 통해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절대 간단하지 않은 작업이다. 고도의 두뇌활동이며 감각기관 모두를 총동원해 미지의 세계에서 무언가를 찾는 일이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초기에 가져오는 글들은 포커스가 없었다. 희미하고 아득했다. 하지만 두서없이 쓴 글들에서 어떤 흔적들이 보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맥락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 맥을 따라가다 보니 근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A가 글을 쓰면서 스스로 찾은 핵심 원형은 '쓸모없음'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순간 자신이 버림받았기에 자신은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때에도 자신을 도와줄 친구가 손을 내밀었지만 자신이 '무의미하고, 쓸모없다는 신념'이 작동하면서 어떠한 타인도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고 결국에는 버림받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펄떡펄떡 뛰는 그 감정들을 낚아 올렸을 때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눈물을 흘렸다. 그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어떻게 그런 마음으로 수년간 살아왔을까? 다음 작업은 간단했다. 언어로 잡은 원형의 감정을 죽이는 것이다. 현재 A는 대학생이 됐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이 쓸모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뜬다고 한다. 연예도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감정들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단다.

 

감정을 언어로 풀어낸다는 것은 위대한 과업이다. 언어의 마술사는 이런 것이다. 내 감정의 숨은 맥락을 간파하고,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학습을 하다 보면 언어라는 것이 단순 상호작용의 수단에서 나아가 내 삶을 규정하고 확립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글이라는 것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지 않는가? 언어의 힘을 믿고, 글을 쓰길 바란다. 그러니 "울지 마라, 소리 내 말하라, 글을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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