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수범에 대해서 범죄의 경중을 따져 살인미수처럼 강력 처벌해야
최근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성범죄미수 사건들이 많다. 미수에 그쳤지만 자칫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었던 사건들이기에 피해자와 가족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앞으로 불안과 두려움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한다. 앞으로 미수범에 강력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길 가던 임산부를 때리고 추행하다 붙잡힌 20대 군인이 전역 후에야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사례가 있다. 당시 군인이었던 피의자는 지난 9월 24일 새벽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임산부를 따라가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혀 헌병대로 인계됐지만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고 19일 전역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법으로 처벌돼야 함에도 폐쇄적인 군문화가 이를 쉬쉬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게다가 이 사건은 임산부를 때렸다는 점에서 태아에 대한 직접적 폭력행위로 아동학대 등 추가적인 혐의를 포함해 그 위중함을 따져야 한다.
성범죄미수 처벌규정 있지만... 글쎄?
성범죄처벌 규정에는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 준강간죄, 준강제추행,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미수범에 대한 것이 있다. 각 혐의에 해당하는 행위가 완수에 이리지 못했다 해도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서 귀가중인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하려 한 30대 남성이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사건이 있다. 성폭행으로 죄를 묻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필수조건'이다. 이를 강간 혹은 강간미수의 시작 시점으로 보는 것이다. 91년 판례의 경우 여성이 혼자 거주하는 방에 남성이 방문을 부술 듯 두드렸고, 성폭행을 저질렀다. 당시 대법원은 방문을 강하게 두드린 것을 성폭행의 시작 시점으로 본 것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성폭력 장소 16.1%로 주거지가 가장 많았다. 주거침입 성범죄가 2014년 329건, 2017년 305건으로 한 해 평균 300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거침입 강간, 유사간강, 강제추행, 준강간의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에서의 성폭력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신림동 사건은 폭행, 협박 등 증거 부족으로 강간미수죄는 성립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미수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만취나 생각 안 남 등의 이유로 행위를 부정하는 부분이 다반사라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도 상당하다.
2018년 2월 22일, 유엔 여성인권차별위원회가 한국의 법 제도 중 ‘강간죄’ 규정을 문제 삼은 적이 있다. 한국의 강간죄가 유독 까다롭고,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JTBC 팩트체크는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강간죄가 성립되는 부분에 있어서 미국과 독일, 영국을 비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저히 저항할 수 없는 경우다. 미국과 독일에서는 단호한 거절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강간죄가 성립된 판례가 있고, 영국의 경우 폭행과 협박이 없아도 강간죄가 성립돼 우리나라의 기준이 까다롭다는 유엔의 말을 인정할 수 있다. 미국과 독일은 70년대 '강간죄 개혁운동'을 통해 피해자의 저항 요건을 높인 것이다.
형법은 '강간죄'에 있어서 겁쟁이
1953년~1995년 형법 제297조에서 강간을 정조와 순결 차원의 통념을 가지고 있었다. 1995년으로 넘어오면서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법은 유엔 여성인권차별위원회가 말한 것처럼 "까다로운"것이다. 이 "까다로운"의 의미는 아직도 여성이 자기 스스로의 정조와 순결을 지키기 위해 힘을 써야만 강간죄로 성립시키는 현행 제도를 전면 꼬집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이 무너져도 정조와 순결을 지키기 위해 항거 불능의 상태가 됐는지를 따져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범죄미수는 살인과 같이 봐야 해
미국은 성범죄를 살인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주(州)마다 다르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징역 25년 형부터 종신형,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플로리다 등 6개 주는 사형이다. 해외의 처벌규정을 보면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성범죄미수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고 있냐는 것이다. 세상의 통념은 피해자의 넓은 스펙트럼을 어떻게 범의 제도와 장치로 포괄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즉, 법과 제도는 수많은 성범죄피해자와 미수에 그쳤지만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던 미수 사건을 포괄해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성범죄는 지능화되고, IT 등 미디어 세계에서 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최근 레깅스 촬영이 무죄로 결론이나 논란이 있는 가운데 만약 걸리지 않았다면 어디선가 유포돼 인터넷 세상에서 무한한 복제가 될 수도 있는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넓은 의미에서 미수범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통념의 문제다. 아직 미숙한 통념을 깨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미수에 그쳤지만 상당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며 정부는 이를 수렴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이를 개선해줄 국회의원이 누가 있을까? 찾아봤지만 오히려 성범죄미수범인 국회의원들에 대한 몇몇 보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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