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의 일이다. 롯데마트 잠실점의 매니저가 교육 중인 안내견의 입장을 막아섰다. 그는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런 목격담들이 SNS를 통해서 번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강아지는 불안해서 리드줄 물고, 데리고 온 아주머니는 우셨다”고 언급하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댓글을 통해 롯데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누리꾼들과 롯데카드를 자른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본 상품 불매 운동 후 재점화 기로에 선 모습이다. 당시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통제를 가하자 일본 상품을 불매하자는 '노재팬(NO JAPAN)' 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롯데그룹 시가 총액이 한 달만에 1조 3788억 원이 증발되는 등 피해가 컸다. 이번 안내견에 대해 고성으로 출입을 막은 사건으로 불매운동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송파구는 과태로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랬더라면 어땠을까?
"안내견 훈련을 위해 우리 지점을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좀 더 편안한 훈련을 위해 안내방송을 도와드리고 입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을 통해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을 위해 매장에 안내견과 훈련견이 다닐 예정이오니 고객분들의 따뜻한 시선과 지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생색내기용 방송으로 들리겠지만 소수자와 고객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롯데는 이번에 큰 배움을 얻었다 생각하고, 소수자에 대한 응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인권적 고객응대 또한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인권이라고 했을 때는 사람만이 대상이 아니다.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가족의 지형이 변했다고 하는 것이 옳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은 가족 자체가 되어 버렸다. 특히 안내견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한편으로 걱정되는 사람은 해당 직원이다. 응대를 잘못해 이런 사달이 났다며 너무 다그치거나 큰 책임을 지우지 않길 바란다. 솔직히 그렇게 응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롯데뿐만 아니라 어디를 갔더라도 그렇게 응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강아지한테 잘못했네!
강아지는 이제 반려동물을 넘어 가족과 같은 존재다. 이번 이슈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의 반감을 더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매니저가 막은 강아지는 '퍼피워킹(생후 7주가 넘은 예비 안내견으로 일반가정에 위탁해 1년 동안 사회화 교육을 받고 향후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특수목적견으로 활동함)' 중인 강아지다.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가 느끼는 사회적인 벽의 높이에 공감한 것이다.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와 그 주인은 원칙적으로 모든 시설에 제약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이를 어길 경우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우리의 의식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롯데의 조치가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번 사건으로 퍼피워킹을 하는 주인들은 한결같이 롯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어딜 가든 그런 대우를 받아온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대기업이라 비난도 큰 것이다. 시대의 감수성이 변했다. 그런 감수성 자체가 기업의 브랜드가 될 것이다. 앞으로 롯데에 대한 정서와 감정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롯데의 대처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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