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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망여우, 디지털 세상이 만든 자정문화가 되려면...

by 강점멘토레오 2020. 12. 4.

'여우 가면' 고발 유튜버 못 찾아 수사 중단... 자경단인가, 범법자인가?... 한국일보가 12월 3일 자에 쓴 기사 타이틀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사망 여우의 영상을 몇 번 본 터라 내용은 쉽게 이해됐다. 영상을 통해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고객을 호갱으로 생각하는 기업에게 분노감을 느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불현듯 떠오른 것은 기업과 산업 등 대한민국의 모든 업종에서 이와 같은 활동이 전반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부고발자들의 삶이 어떠한지는 말하기 싫을 정도로 처참하다. 역사를 봐도 그렇다. 다국적 기업 네슬레의 경우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권력과 결탁해 한 국가의 대통령을 암살하는 등 서슴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개인의 저항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등장한 '사망 여우'의 영상으로 바위가 깨진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누리꾼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지지세력이 모이고, 고발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사망 여우뿐만 아니라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유튜버의 등장은 디지털 세상의 자정문화라고 봐야 한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등에 대한 법이나 제도가 있지만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도입됐지만 신고에 따라 감당해야 할 책임이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힘든 게 현실이다. 그 힘이 미미하기에 브레이크 없이 이윤추구를 위해 고객을 속이는 부분에 심선언을 하고, 용기 있게 세상에 알리는 것은 자정작용을 하는 하나의 개체가 될 것이다. 

박창진 전 사무장의 스트레스로 인한 물혹

가면 뒤의 익명성은 경계해야

하지만 익명성은 강하게 경계해야 한다. 인간에게 익명성을 부여했을 때 대부분 사악해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선팅이 강하게 처리된 차량은 운전자에게 익명성을 부여한다. 그 힘이 작용해 난폭운전, 보복운전, 음주운전으로 나타난다. 인터넷 세상은 더 악랄해져가고 있다. 악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또한 익명성이라는 사악함이다. 익명성은 그만큼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베트멘이나 스파이더맨 등 히어로물 영화에서 조차 인간이 강한 힘을 가졌을 때 본능적으로 사악해지려는 경향성을 잘 그렸다.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며 강도에게 죽임을 당하는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의 삼촌 이야기가 뼈를 때린다. 익명성은 그 힘만큼 책임이 뒤 따라야 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대로 작동했으면

사실 사망여우의 등장은 기존의 법과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반추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공익신고자라는 신분을 부여받아야 하는 것인데 신고절차 등 인증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논란 당시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한계가 나타났다. 의혹을 제보한 당직사병 현모 씨는 지난 9월 1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 보호 신청을 했지만 권익위가 신고대상 법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 참고로 공익신고의 대상 법률은 567개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거대한 기업에 싸우기 위해서는 '익명'이라는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신분이 노출되는 순간 신상 털기와 기업의 고소고발 릴레이가 펼쳐진다. 현대자동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제기한 유튜브 채널은 9건의 고소를 당했다. 이런 현실에 국민과 소비자를 위해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망 여우도 마찬가지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경찰은 참고인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망여우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법리로 해석하는 것보다 공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집요하게 사망 여우를 찾아 끌어낸다면 표현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 정부의 법과 제도를 보완해주는 '자정적 영역'으로 확립하기 위한 공조가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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