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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헝거스톤(hunger stone)과 반지하 침수참변

by 강점멘토레오 2022. 9. 1.

‘굶주림의 돌’로 불리는 기근석 헝거스톤(hunger stone)은 체코 엘베강에 있다. 강바닥에 위치해 평상시에는 물에 잠겨 안 보이지 않지만 최악의 가뭄으로 그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돌에 새겨진 문구는 “나를 보거든 울어라.” 원래는 “나를 보면 죽는다.”였는데 공포 심리를 너무 자극할까 봐 문구를 바꿨다는 소문도 있다. 이 돌을 본다는 것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타들어 말라 비틀어 버리는 가뭄은 흉작과 배고픔을 수반한다. 통곡이든 죽음이든 과장이 아닌 것이다.

강물이 마르면 보이는 격언이 유독 와닿는다. 전 세계 가뭄지역에 내려야 할 비가 몇몇 나라에 '몰빵했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최근 100년만에 기록적 폭우를 갱신하며 서울에 내린 비가 그렇다. 반지하에 침수해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외신들은 이를 놓칠세라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며 한국의 기이한 반지하를 조명했다.

원시시대 우리의 조상은 불균형을 두려워했다. 자연에 취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돌려주는 의식을 거행했다. 곰이 잠든 동굴에 들어가 죽이지 않았다. 그것은 비열한 행동이었다. 자연을 착취하기보다 경외하며 타자의 존재로 사유했다. 곰과 같은 동물을 신화적으로 감싼 것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종(種)으로서 형제로서 타자화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등장하고 야만이 탄생한 것이다. 이 야만과의 대척이 부처나 예수를 잉태했다 봐도 무방하다.

자연을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인간의 오만함으로 인류의 조상들이 두려워하는 불균형을 양산했다. 코로나의 등장이 그중 하나인데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가 경험한 폭우는 이상기후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불균형하게 만든 결과다. 기후는 이상하지 않다. 인간의 야만이 이상한 것이다.

엘배 강의 물이 또 어느 곳의 폭우가 되어 누군가의 눈물이 될 것이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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